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만 100개가 넘는 브랜드의 디지털 캠페인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때마다 느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마케터들은 너무나 자주 ‘측정하기 쉬운 숫자’만 쫓는다는 거죠. 클릭률(CTR), 전환율(CVR), 광고수익률(ROAS). 이 지표들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주간 보고서를 멋지게 채워주니까요. 그런데 정작 이 숫자들만 바라보다가 캠페인의 진짜 효과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CPA가 갑자기 오르고 ROAS가 곤두박질친 시점에는, 이미 소비자 머릿속에서 그 광고는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광고가 소비자의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남아 있는지 측정하는 새로운 렌즈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업계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캠페인의 성패를 훨씬 더 정확히 예측하는 다섯 가지 지표를 실제 사례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1. 검색하지 않아도 떠오르게 만드는 힘: MAS
마지막 클릭 기여도에만 집착하면, 소비자가 광고를 본 다음 며칠 뒤 별 생각 없이 검색창에 브랜드 이름을 입력한 경우는 광고의 공로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경험상 이 ‘자연스러운 떠오름’이야말로 광고가 만든 가장 강력한 효과입니다. 저는 이걸 멘탈 어베일러빌리티 스코어(MAS, Mental Availability Score)라고 부릅니다.
작년에 한 건강기능식품 D2C 브랜드와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15초짜리 스토리텔링 영상을 집행했는데, 당시 ROAS는 전사 평균에 한참 못 미쳤죠. 담당자는 광고를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광고가 집행된 도시에서는 구글에서 해당 브랜드 이름으로 검색하는 유저가 평소보다 38%나 늘어난 겁니다. 광고를 직접 클릭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며칠 뒤 기억을 더듬어 브랜드를 찾은 셈이죠.
MAS를 산출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구글 서치 콘솔에서 브랜드 키워드의 자연 검색량 데이터를 뽑습니다. 다음으로 광고를 집행한 지역과 아예 집행하지 않은 유사 지역(매치드 마켓)을 설정하세요. 광고 기간 동안 집행 지역에서만 유독 브랜드 검색이 늘어난 분을 순 노출수로 나누면 됩니다. 이때 얻은 값이 높을수록, 광고가 소비자의 고려 대상군에 단단히 못을 박은 셈입니다. 그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는 MAS가 높았던 캠페인을 그대로 유지했고, 석 달 뒤 해당 지역의 자연 검색 전환율이 평균 대비 2배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클릭보다 머릿속에 심어지는 브랜드 인지도가 먼저 움직인 거죠.
2. 광고가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속도: ADR
광고가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기억이 하루 만에 증발해 버린다면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많은 디지털 광고가 바로 이 운명을 겪습니다. 뉴스피드에서 멈춰 서게 하는 강렬한 비주얼과 카피가 CTR을 순간적으로 올려놓지만, 일주일 뒤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다시 떠올릴 확률은 극도로 낮아지는 거죠. 저는 이런 현상을 애튼션 디케이 레이트(ADR, Attention Decay Rate)라는 지표로 정량화합니다.
ADR을 측정하려면 광고에 노출된 소비자 그룹에게 시간 차를 두고 인지도를 물어봐야 합니다. 노출 직후, 3일 뒤, 7일 뒤에 각각 ‘이 브랜드를 본 적이 있나요?’ 같은 단순한 질문을 패널에게 던지는 식입니다. 인지도가 얼마나 빠르게 감소하는지 그 기울기를 계산하면, 그 광고가 가진 ‘기억의 반감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뉴욕의 한 B2B SaaS 기업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제품 기능을 열거하는 전형적인 데모 영상과, 실제 고객사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90초짜리 다큐멘터리 스타일 영상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초기 CTR만 놓고 보면 데모 영상이 30%가량 높았습니다. 하지만 ADR을 추적해 보니 이야기 반전이 일어났죠. 스토리텔링 영상을 본 그룹은 7일이 지난 후에도 브랜드를 기억하는 비율이 2.7배나 더 높았습니다. 그 결과, 6주 뒤에 진행된 리타게팅 캠페인의 CPA는 무려 42%나 낮아졌어요. 단기 클릭에 목숨을 걸지 않고, 기억의 감쇠를 늦추는 전략을 선택한 덕분입니다.
3. 소재가 늙어가는 속도, CPA로 읽어내기
요즘 메타 광고를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크리에이티브 피로도’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 빈도(Frequency) 지표만 들여다보며, “이제 좀 보여줬으니 새 소재를 만들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