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광고 계정을 진단하다 보면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을 메타나 구글 디스플레이 리타겟팅의 하위 호환처럼 운영하는 마케터를 정말 자주 만납니다. 같은 픽셀을 심고, 같은 오디언스를 넣고, 같은 할인 문구를 돌리는 거죠. 그런데 이 전제부터가 핀터레스트에서 리타겟팅 성과가 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핀터레스트는 소셜미디어가 아닙니다. 사용자가 지금 당장 살 물건을 검색하는 채널도 아니고요. 핀터레스트는 ‘미래의 나를 설계하는 시각 검색 엔진’에 훨씬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결혼식, 리모델링, 출산 준비, 여행, 정원 프로젝트 같은 것을 몇 주 또는 몇 달 전부터 핀에 저장해 두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니까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은 과거 행동을 추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아직 말하지 않은 미래 구매 의도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시장 기준으로, 대부분의 마케터가 놓치고 있는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의 핵심 원칙 네 가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합니다. 마지막까지 읽으면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포인트까지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1. 리타겟팅 기간을 30일이 아니라 90~180일로 잡으세요
일반적인 리타겟팅은 최근 7일, 14일, 30일 안에 사이트를 방문했거나 장바구니를 이탈한 유저를 추적합니다. 구글과 메타에서는 이 기간이 표준이에요. 사용자가 검색하거나 피드를 보다가 클릭하고, 구매 결정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다릅니다. 미국 내 핀터레스트 사용자들은 지금 당장 사는 사람이 아니라 미리 계획하고 저장하는 사람들입니다. 핀 하나를 저장한 시점부터 실제 구매까지 90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요. 제가 컨설팅한 한 가구 브랜드의 경우, 소파 카테고리를 방문한 유저를 30일 윈도우로만 리타겟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저는 2주 뒤에 리모델링 예산을 확정하고, 6주 뒤에 시공업체를 부르고, 8주 뒤에야 가구를 고르더군요. 30일이 지나면 광고가 닿지 않으니 전환은 계속 구글에만 잡히는 구조였습니다.
핀터레스트에서는 90일, 180일, 심지어 연 단위의 라이프스테이지 윈도우를 별도로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결혼, 출산, 이사, 리모델링, 대학 입학처럼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한 번에 몰리는 라이프 이벤트는 핀터레스트에서 훨씬 이른 신호로 포착됩니다. 이 신호를 30일 안에 놓치면 경쟁사가 그 수요를 가져갑니다.
다만 같은 오디언스에게 같은 상품 광고를 계속 노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구매 여정의 단계에 따라 메시지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 1단계 - 핀 저장 또는 카테고리 탐색: 영감형 콘텐츠, 체크리스트, 스타일 가이드처럼 결정을 돕는 소재를 노출하세요.
- 2단계 - 제품 상세 페이지 방문 또는 특정 핀 클릭: 제품 비교, 실제 활용 예시, 사용자 리뷰 등 확신을 주는 소재로 전환하세요.
- 3단계 - 장바구니 이탈 또는 반복 재방문: 가격 인하 알림, 번들 제안, 무료 배송처럼 구매를 마무리하는 메시지를 보내세요.
이렇게 하면 같은 90일 윈도우 안에서도 전환 확률이 높은 유저에게만 구매 압박을 가하고, 아직 계획 중인 유저에게는 결정을 도와주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행 포인트: 사이트 방문 후 경과 일수 기준으로 30일/60일/90일/180일 오디언스를 분리해 보세요. 각 오디언스에 다른 크리에이티브와 오퍼를 연결하고, 최근 방문자에게만 강한 판매 메시지를 쓰는 겁니다. 라이프 이벤트와 관련된 카테고리는 처음부터 장기 윈도우를 활성화해 두세요.
2. '저장(Save)' 이벤트를 리타겟팅 오디언스로 활용하세요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오직 웹사이트 픽셀 이벤트만으로 오디언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페이지뷰, 콘텐츠뷰, 장바구니 추가, 결제 시작 같은 표준 이벤트는 물론 필요합니다. 그런데 핀터레스트에는 그보다 더 강력한 자체 행동 신호가 있습니다.
- Save: 사용자가 핀을 저장했다는 것은 명시적인 구매 의도이거나 미래 계획에 포함시켰다는 뜻입니다.
- Closeup: 핀을 확대해서 자세히 봤다는 것은 단순 스크롤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심을 의미합니다.
- Board follow: 특정 보드를 팔로우했다는 것은 해당 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냅니다.
- Video 95% view: 영상 콘텐츠를 끝까지 봤다는 것은 제품 스토리에 몰입했다는 신호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Save 이벤트는 과소평가된 리타겟팅 자산입니다. 사용자가 제품 핀을 저장했지만 클릭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광고 시스템은 이를 ‘전환하지 않은 유저’로만 분류합니다. 하지만 핀터레스트에서 Save는 장바구니에 넣는 것과 거의 같은 행동입니다. 오히려 단순 클릭보다 더 강한 의도일 수 있어요.
미국 이커머스 브랜드들의 운영 데이터를 보면, ‘저장했지만 클릭하지 않은 유저’를 별도 오디언스로 만들어 리타겟팅하면 사이트 방문자 기반 리타겟팅보다 전환율이 높고 CPA는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이미 제품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당장 구매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 유저에게 “지금 구매하세요”라고 압박하면 오히려 광고 피로만 쌓입니다.
대신 이렇게 접근해 보세요.
- 저장한 제품과 유사한 아이템 큐레이션 보여주기
- “이 제품을 저장한 사람들이 함께 본 스타일” 제안하기
- “이 제품으로 완성하는 룩북 3가지” 제공하기
- “가격이 떨어지면 알려드릴게요” 같은 소프트 CTA 사용하기
이어서 이들이 다시 핀을 클릭하거나 제품 페이지를 방문하면, 그때 전환 최적화 캠페인으로 넘기면 됩니다. Save를 상위 퍼널 신호로 보고, 클릭과 페이지뷰를 중간 전환으로 보고, 구매를 최종 전환으로 보는 2단계 구조입니다.
실행 포인트: 핀터레스트 광고 관리자에서 Save, Closeup 같은 인게이지먼트 오디언스를 활용해 ‘저장한 유저’를 분리하세요. 저장했지만 클릭하지 않은 유저에게는 판매 메시지 대신 영감형 콘텐츠를 먼저 노출하고, 저장 후 클릭이나 페이지뷰가 발생한 유저만 전환 최적화 리타겟팅에 포함하세요.
3. 콜드 트래픽에서는 전환 대신 저장을 최적화하세요
핀터레스트 광고 관리자에서 캠페인 목표를 처음부터 Conversion으로 설정하는 마케터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 핀터레스트는 콜드 트래픽을 즉시 구매로 전환하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사용자는 검색하고, 저장하고, 보드에 정리하고, 며칠 뒤에 다시 돌아와 비교합니다. 이렇게 구매 사이클이 긴 환경에서 콜드 오디언스에게 바로 Conversion 목표를 돌리면 광고 시스템이 전환 가능성이 낮은 유저에게 노출을 줄이고, 결국 학습 데이터가 부족해지면서 캠페인이 제대로 최적화되지 못합니다.
반면 최적화 목표를 Save 또는 Closeup 같은 인게이지먼트로 설정하면, 광고 알고리즘이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계획자’를 훨씬 잘 찾아냅니다. 제가 함께 일했던 미국의 한 홈데코 브랜드는 이렇게 캠페인을 설계해서 ROAS를 끌어올렸습니다.
- 콜드 오디언스에게 룩북 핀을 노출하고 최적화 목표를 Save로 설정합니다.
- Save한 유저를 별도 리타겟팅 오디언스로 묶어 제품별 상세 핀을 노출합니다.
- 그중 클릭하여 사이트를 방문한 유저에게만 Conversion 목표의 다이나믹 리타겟팅을 집행합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핀터레스트에서는 ‘저장’이 일종의 중간 전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장하지 않은 유저는 아직 구매 여정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이고, 저장한 유저는 이미 절반은 전환된 잠재 고객입니다. 이렇게 하면 상위 퍼널에서 저렴하게 고의도 유저를 모으고, 하위 퍼널에서는 적은 수지만 전환 가능성이 높은 오디언스에게 예산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CPA가 낮아지고 ROAS가 올라갑니다.
실행 포인트: 콜드 오디언스 캠페인의 목표를 트래픽 또는 인게이지먼트로 시작해 보세요. Save나 Closeup이 많은 핀을 식별하고, 해당 핀에 반응한 유저를 리타겟팅 풀로 자동 이동시키는 규칙을 만드세요. 전환 캠페인은 사이트 방문 이력이 있거나 저장 후 클릭한 유저에게만 집중하세요.
4. 할인 메시지 대신 '계획 완성' 프레임을 쓰세요
미국 소비자들은 핀터레스트를 쇼핑 채널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메타나 구글에서 잘 통하는 “지금 20% 할인”, “재고 소진 임박”, “오늘만 무료 배송” 같은 긴급성 메시지는 핀터레스트에서 이상하리만큼 힘을 못 씁니다. 핀터레스트 유저에게 긴급할 일이 없거든요. 지금 당장 살 게 아니라 계획 중이니까요.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에서 더 강력한 메시지 프레임은 ‘당신의 계획을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 의류 브랜드: “저장하신 원피스로 완성하는 데이트룩 3가지”
- 가구 브랜드: “리모델링 체크리스트의 마지막 항목을 저장하셨네요”
- 여행 브랜드: “저장하신 호텔 근처에서 놓치기 쉬운 로컬 맛집 리스트”
- 유아용품 브랜드: “출산 준비 체크리스트, 이 제품들이 가장 많이 저장됐어요”
이 프레임은 단순히 광고 클릭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유저가 이미 하고 있는 계획에 브랜드가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특히 저장한 제품의 가격 인하나 재입고 알림은 핀터레스트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리타겟팅 메시지입니다. “기다리셨던 그 제품이 돌아왔어요”라는 식으로 전달하면 광고가 아니라 도움이 됩니다.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에서 할인 코드를 남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핀터레스트 유저는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구매 전에 더 많은 맥락과 확신이 필요한 구매자입니다. 가격 할인은 그 확신을 대신해주지 못합니다.
실행 포인트: 지금 돌리고 있는 핀터레스트 리타겟팅 광고 카피를 전부 점검해 보세요. 할인 중심 문구를 ‘계획 완성’ 문구로 바꾸고, 저장한 핀이나 카테고리에 맞춘 맞춤형 체크리스트나 스타일 가이드를 제작하세요. 가격 인하와 재입고 알림은 “알려드릴게요” 형식으로 부드럽게 전달하세요.
5. 핀터레스트를 저비용 재노출 채널로 활용하세요
미국 기반 성과 마케터라면 이미 메타와 구글에서 리타겟팅 예산을 집행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오디언스를 핀터레스트에서도 리타겟팅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핀터레스트는 메타나 구글에 비해 광고 로드가 낮고, 특정 카테고리에서는 리타겟팅 CPM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같은 사이트 방문자 오디언스를 고객 목록이나 픽셀 기반으로 핀터레스트에 업로드하면, 메타에서 3~4번 노출된 유저에게 핀터레스트에서 한두 번 더 저렴하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같은 소재를 돌리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핀터레스트의 세로형 포맷과 계획 중심의 사용자 맥락에 맞게 소재를 변형해야 하죠. 하지만 이렇게 하면 리타겟팅 주파수를 여러 채널로 분산시키고, 메타에서 발생하는 광고 피로도를 낮추며, 전체 전환당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은 대부분의 미국 성과 마케터도 체계적으로 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리타겟팅 예산을 한 플랫폼에 몰아넣는 대신, 전환 직전의 유저를 여러 채널에서 서로 다른 각도로 설득하는 구조가 핀터레스트에서 특히 잘 작동합니다. 같은 유저에게 메타에서는 가격 혜택을, 핀터레스트에서는 계획 완성 콘텐츠를 보여주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광고 피로 없이 구매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행 포인트: 메타/구글 리타겟팅 오디언스와 동일한 고객 목록을 핀터레스트에 업로드하세요. 핀터레스트용 세로형 크리에이티브와 ‘계획 완성’ 메시지를 별도로 준비하고,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의 CPM과 빈도를 메타와 비교해 예산 배분을 조정하세요.
어트리뷰션을 라스트클릭으로만 보면 핀터레스트는 항상 손해입니다
핀터레스트는 구매 직전의 채널이 아니라 구매 여정의 초중반에 강한 채널입니다. 따라서 라스트클릭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면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의 기여가 항상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이커머스 브랜드가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을 도입할 때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성과를 봐야 합니다.
- 멀티터치 어트리뷰션: 핀터레스트가 보조 전환으로 기여한 비율을 확인합니다.
- 리프트 테스트: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을 노출한 그룹과 노출하지 않은 그룹의 전환율 차이를 측정합니다.
- 세이브 이후 후속 행동 추적: 저장 후 며칠 뒤 사이트를 재방문하는지, 이메일 가입이나 브랜드 검색 키워드가 늘어나는지 확인합니다.
특히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은 브랜드 검색량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저가 핀을 저장하고 리타겟팅 광고에 노출된 뒤, 며칠 후 구글에서 브랜드명을 검색해 들어오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 경우 라스트클릭은 구글 오가닉이 가져가지만 실제 수요를 만든 것은 핀터레스트입니다. 어트리뷰션 설정을 바꾸지 않으면 이 기여를 영원히 놓칩니다.
결론: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은 행동 추적이 아니라 미래 의도 선점입니다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을 제대로 하려면 다음 네 가지를 지금 바로 바꿔야 합니다.
- 리타겟팅 윈도우를 30일에서 90~180일로 확장하고, 라이프스테이지에 따라 메시지를 다르게 설계하세요.
- 웹사이트 방문자보다 Save, Closeup 같은 핀터레스트 자체 신호를 오디언스로 활용하세요.
- 콜드 트래픽에서는 Conversion 대신 Save를 최적화하고, 저장한 유저만 별도로 전환 캠페인에 태우세요.
- 할인보다 ‘계획 완성’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핀터레스트를 저비용 재노출 채널로 리타겟팅 스택에 편입하세요.
미국 시장에서 핀터레스트는 여전히 많은 성과 마케터에게 ‘애매한 플랫폼’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핀터레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핀터레스트를 메타와 구글의 논리로 재단하려는 접근의 문제입니다. 핀터레스트 리타겟팅은 과거 행동을 쫓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아직 말하지 않은 미래의 구매를 먼저 알아채는 작업입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조용히 높은 ROAS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핀터레스트 광고 계정에서 ‘저장한 유저’ 오디언스를 만들고, 리타겟팅 윈도우를 90일로 늘린 다음, 할인 카피 대신 계획 완성 메시지를 넣어 보세요. 처음에는 작은 예산으로 시작해 60~90일 동안 보조 전환과 브랜드 검색량 변화를 함께 추적하시길 권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조용하고 강한 성과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